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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비빔밥을 먹으며시(詩)/성선경 2016. 12. 4. 15:12
가끔 비빔밥을 먹으며 세상은
비빔밥 같은 밥상이라 생각하면
한 놈은 고추장이 되어서
세상은 온통 붉다 하고
또 다른 놈은 쉬어터진 김치쪽이 되어서
세상은 위통 썩었다 하고
남은 놈들은 낱낱이 떠도는 밥풀이 되어서
이리저리 뭉쳐 다니며 아무 곳에서나 붙어
와와와 합니다.
어허 저놈들
누가 큼직한 놋숟갈로
이리저리 척척 비벼 뒤섞으면
세상은 저만큼의 색깔로
저만큼의 냄새를 풍기며
고봉밥 한 그릇 잘 엉켜서
떠도는 밥풀 같은 우리들에게
한 숟갈 고운 포만감이 된다는 것을
왜 몰라 왜 몰라 합니다.
(그림 : 허영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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