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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마포주먹구이시(詩)/성선경 2016. 9. 2. 14:32
마포주먹구이나 먹으러 가야겠네
하루 종일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선(禪)에 들었다 꿈 속인양 지랄 같은 상사에게 백팔배례를 드리고
늦은 퇴근길 마포주먹구이나 먹으러 가야겠네
울컥울컥 주먹 같은 것이 미륵(彌勒)처럼 내려와 기치창검(旗幟槍劍)으로 개벽(開闢)하는 날
마포주먹구이나 먹으러 가야겠네
물 좋은 마산의 무학소주 한 잔이면 마음도 가을이라 단풍잎같이 물들어 주먹을 펴고
네 박자 세 박자 장단 맞추는 마포주먹구이나 먹으러 가야겠네
명태전 동래파전 막걸리집 지나 오뎅탕 은행꼬치 생맥주집 지나 울컥울컥 개벽 치려 온 미륵같이 주먹 서는 날
마포주먹구이나 먹으러 가야겠네.
굵은 소금을 메밀꽃같이 뿌려서
딸랑딸랑 봉평장 가는 당나귀같이
연탄 화덕 앞에 길손을 모아
옹기종기 한 점씩 살을 나누고
캬 - 하고 잔 돌릴 줄 아는
저기 팔거리 회원성당 앞.(그림 : 김남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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