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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미루나무에 노을이 붙들어 매며시(詩)/성선경 2018. 7. 13. 23:37
그대 그러지 마시게
해가 진다고 마음도 노을이 들까
깔고 앉은 바위에서 엉덩이를 들어
툭툭, 돋아나는 별들을 가리키며
돌아서면 아직도 아쉬운
노을 같은 사람아
그대 그러지 마시게
해가 산을 넘는다고 그리 쉬 잊힐까?
나는 아직도 지는 해를 붙잡아
뜨거운 손 놓지 못하는데
그대 그러지 마시게
어이 무장한 들꽃은 손을 흔드는가?
그대 부디 그러지 마시게
한 잔 술에도 붉어지는 얼굴
아직 다 보여주지 못했는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걸음을 옮기는 사람아
마음의 귀를 잡으면 첩첩하고
생각의 눈을 잡으면 회회한데
나는 미루나무 등걸에 해를 묶고
손으로 저 하늘을 다 가려
보라 별 돋는다, 그대 말씀 가리고 싶은데.
(그림 : 이황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