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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둥지 속의 종다리 알처럼
남들에게는 절대 들키지 않으리라
꼭꼭 숨겨뒀다고 생각하지만
그 남들에겐 늘 허점으로 들키는 곳
이마를 꼿꼿이 세우고 꽁꽁 큰소릴 친 날이면
개미 몇 마리 슬금슬금 기어 다니며 가려운 곳
누가 이렇게 허허로운 곳에
이 큰 과녁을 만들어 두었을까
생각하면
번개가 번쩍이고
폭풍우가 몰려오는 곳
뒤통수, 하고 입술을 오물거리면
퉁소 한 가락이나 피리소리라도 들릴 것 같지만
늘 믿음이 깨어지고 터지는 곳
아 아픈 곳.(그림 : 신제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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