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근 - 문득 조금 억울한 인생시(詩)/류근 2018. 6. 10. 17:42
출근길이 꼼짝도 않는다
지렁이 보폭보다 짧게 주춤주춤 엎질러지다 보면
저만치서 무슨 바구니 같은 데 올라타서
가로수 전지 작업하는 구청 용역 인부들
아침부터 길을 막고 저 지랄이냐, 하다 말고
가만 생각해보니 나보다 나무가 상전이다
출근도 명퇴도 없이 제자리에 멈춰 서서
죽는 날까지 사람들 용역으로 부리며
세금으로 몸치장하는 상전들
국회의원 같은 자세로 일없이 서서
흙과 빗물과 햇빛과 바람까지 소집해
보좌관 거느리듯 앵벌이로 내세우는
하느님 마름 같은 불한당 놈들
저놈들 먹여 살리자고 나는 아침부터
길 위에 꼼짝도 못 하고 선 채 결국
나무 대신 사방팔방 삿대질이나 하고 이 지랄인가
근로소득세, 주민세, 고용보험료 벌러 가지 못해
쓰지도 못할 발암물질이나 푸들푸들 푸르르르
엽록소처럼 합성해내고 있단 말인가(그림 :박영규 화백)
'시(詩) > 류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류근 - 고독의 근육 (0) 2018.10.16 류근 - 봄날 (0) 2018.07.07 류근 - 첫눈 인사 (0) 2017.12.05 류근 - 칠판 (0) 2017.03.08 류근 - 퇴근 (0) 2017.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