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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 - 고독의 근육시(詩)/류근 2018. 10. 16. 11:40
내게서 한 걸음도 달아나지 못하고
일없이 왔다 가는 밤과 낮이 아프다
며칠씩 눈 내리고
길은 홀연 내 안의 굽은 등성이에서도 그쳐
여기서 바라보면 아무런 뜻도 아닌
열망과 그 너머 자욱한
추억의 첩첩 도끼 자국들
내 안의 저 게으른 중심에
집도 절도 없이 가로누운 뼛조각 환하고
이제 어디로든 흘러가 몸 풀고 싶은
옛사랑 여기 참 어둡고
변방까지 몰린 시간이 오래도록 누워 사는
생각의 지붕들 위에 낮은 키로 쌓인다
눈 맞은 나무들이 고스란히
제 생애의 무게를 향해 손을 내밀 때
어디로도 향하지 못한 존재의 저,
광활한 배후
(그림 : 김종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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