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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달웅 - 비 갠 어라연시(詩)/권달웅 2018. 5. 13. 20:18
백양나무 젖은 가지들이
강 쪽으로 굽어 있다
강을 따라 올라갈수록
나무와 바위가 길을 막는 곳
바퀴는 덜컹 하고 사람을 깨운다
비 그치고 하늘 개자
먼 산도 가까이 다가서고
가까운 산도 멀리 물러나 손짓하며
마음을 여는 아름다운 세상
그곳은 사람이 오지 않아도
산이 강을 먼저 마중 나가고
강이 산을 먼저 배웅해준다
그곳은 나비가 들꽃을 찾고
키 작은 풀이 키 큰 나무와 어우러지고
물총새가 물고기를 물고 날고
수달이 수달 새끼를 낳아 어른다
아 그리운 사람의 마음처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면서 생명 반짝이는 강
그곳은 사람이 아닌
초록 물고기들이 뛰고 있다(그림 : 정인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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