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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관 - 지방대학시(詩)/전영관 2018. 3. 21. 20:50
우리 오늘 강릉 간다
아내 잔소리는 접착력이 좋아서
속옷 가방에 날마다 갈아입으라는 표정으로 붙어 있고
책들에게 잠 좀 줄이라며 눈을 흘긴다
동네 골목에서나 발씨 익은 신발에게
기숙사 계단서 뛰지 말라고 다짐을 받는다
내 걱정은 군내 난다고 치워버렸는지
먼 길 가기에 무겁다고 내려놨는지
가방이고 보퉁이고 보이지 않는다
짐짓 태연한 척 나는
담배 들고 발코니만 들랑거린다
우리 식구 오늘 강릉 간다
주말마다 꼭 올 거라는 약속인지
배웅하러 들어온 봄볕은 챙겨 넣지 않는 막내
성적대로 줄 세우면 강릉쯤이 제 자리라 생각했는지
시르죽어 집안을 둘러보는 막내
너 좋아하는 짜장면 먹고 출발하자면서 내시선은
막내의 지린내 시절까지 주섬주섬하느라 황망한
아내의 종종걸음만 따라다닌다
시르죽어(동사) : 기운을 못 차리고 생기가 없어지다, 기를 못 펴거나 풀이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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