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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관 - 곡우(穀雨)시(詩)/전영관 2018. 3. 21. 20:15
걸음마다
다섯 조각으로 깨진 종들이 밟히네 월산리
젖은 소리가 바닥으로 스미어 질척거리네
온다더니 아니 오고
매정하게 가는 품이더니 머뭇거리고
매양 길이 엇갈려 해토머리에는 망울이더니
잡은 날이 끝물이네 올벚나무 파장이네
달 낳는 산이나 보고 가려네 월산리
그믐으로 이울어도 툭 떨어지는 꽃잎은 아니라서
날카로워도 마음을 베이지 않는 초승이라서
꽃보다 달이라네 차라리 달이라네
화피(樺皮)로 목을 친친 감을까
내리닫는 계곡물 허리를 매어놓을까
올벚나무들 봄을 앓느라 해쓱하네
없는 집 맏딸처럼 버짐 핀 얼굴이네 저 능선
꽃 보러 왔다가 달 보고 우묵해지는 월산리
아주 툭 떨어져버리는 꽃보다 달이어서
깨트리고 돌아섰던 이맘 때 봄마다
잊은 듯 다시 찾네 비에 젖은 월산리
곡우(穀雨) : 24절기의 여섯 번째 절기. 곡우(穀雨)는 청명(淸明)과 입하(立夏) 사이에 있으며, 음력 3월 중순경으로, 양력 4월 20일 무렵에 해당한다.
곡우의 의미는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다.
화피(樺皮) : 벚나무 껍질
(그림 : 안창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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