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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관 - 약속도 없이시(詩)/전영관 2016. 9. 28. 01:14
하룻밤 물에 불린대도
멥쌀로는 허기를 채우지 못할 거 같아
찰밥을 해드려야 안심인 사람 하나 있다
수수꽃다리가 햇볕에 달여져 조청만큼이나 달달하니
찬 없는 두레상에 초대해도 결례는 아니겠다
어스름 무렴에야 찹쌀 뼈가 다 무르면
만월과 겸상으로 올려드리련다
비린 것 한 토막을 앞으로 밀어놓고
잔가시 없는 등 쪽으로 떼어드리련다
숭늉 권하는 동안도 꽃은 피고 봄은 뜸들고
여름을 당겨올 것처럼 눈빛이 짙어지겠다
창밖으로 만발한 이팝나무 숭어리가 보인다
바람으로 씻고 늦은 안개에 불려 헛밥이나 짓는다
쥐면 쥘수록 빠져나가는 봄을 다잡아 보려
찰밥이라 고집부리는 것이다
내 것인지 네 것인지 모르게 뒤엉겨
어쩔 수 없으니 주저앉자고
생떼라도 써볼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림 : 강지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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