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관 - 느릅나무 양복점시(詩)/전영관 2016. 9. 24. 11:41
물에 불려도 다림질해도
불거진 무릎은 제 모습을 찾지 못한다
책상에 문드러진 팔꿈치도 매끈함을 잃었다
펴지지 않는 어깨는 누가 두드려주나
봄에 적어놨던 산철쭉 주소와
기러기 울음을 채록한 악보를 주머니에 넣었는데
밑이 터져 버렸다
좋은 날 쓰려고 아껴두었던
함박웃음 몇 조각도 간 곳 없다
안색을 거들어주던 깃은 주저앉았고
단춧구멍은 채워도 삐걱거릴 만큼 헐겁다
아버지가 달아주신 채로 오십 년을 지나쳤으니
수시로 기워주시던 어머니도 팔순을 넘겼으니
알아서 새로이 장만할 때가 된 거다
느릅나무 그늘에 한나절 기다렸다가 맞춤으로
그림자 한 벌 챙겨 입고 돌아갈 참이다
(그림 : 하삼두 화백)
'시(詩) > 전영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영관 - 곡우(穀雨) (0) 2018.03.21 전영관 - 약속도 없이 (0) 2016.09.28 전영관 - 파랑주의보 (0) 2016.09.21 전영관 - 비오는 날이면 그 간이역에 가고 싶다 (0) 2015.11.25 전영관 - 오전리 구씨아저씨 (0) 201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