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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관 - 오전리 구씨아저씨시(詩)/전영관 2015. 11. 25. 18:00
쇠스랑 발 구부러지도록 파고 또 파도
자갈뿐인 마르고 마른 세월
똥오줌 수없이 퍼날렀던 굳은 살 어깨너머
빈 쭉정이 눈발처럼 흩날리네.
걷어 올린 힘줄 돋은 장단지에
거머리 붙듯 찰싹 달라붙은 5남매 생각
오전리 둑길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가네.
터놓은 물꼬 따라 갈라진 논배미 물 스미듯
꽁보리밥 한 그릇 물 말아 뚝딱 넘기고
송쟁이산 종일 오르내리며 낫으로 치고 베어도
한 지게 채우지 못하는 품삯 무게만큼
하늘은 무성한 넝쿨 이파리에 가려져
녹내장 앓듯 해마다 좁아지고
숲 그늘에 앉아 담배 한 대에 되살아나는 사주팔자
엉덩이 한 손으로 툭툭 털고
기지개 한 번에 두 주먹 하늘에 내지르고 일어나
원뫼 큰누님댁 마당에 40여 년 세월도
함께 부려놓으면 진달래꽃 몇 송이 나뭇단 속에서
부끄러운 듯 베시시 웃네.
구씨아저씨 소매로 이마를 닦고 사랑채 마루에
벌렁 눕네.
햇볕이 마루 안쪽까지 가득하네.
(그림 : 이석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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