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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영관 - 바람떡
    시(詩)/전영관 2018. 3. 21. 20:30

     

     

    익명의 고을에서 먹었더라도
    이 맛은 나를 알아볼 것이네
    아궁이에 얼쩡거리다가 망근해진 손돌바람과
    앞섶에 고여 있던 당신 탄식이 갈마들어
    두고 온 냄새로 늙었을 것이네
    도무지, 모른 척 할 수 없네
    팥꼬투리는 인대 끊어진 당신 새끼손가락 같아서
    내 투레질 소리와 함께 여물던 알갱이가
    책씻이 날 달음질하듯 쏟아졌을 것이네
    나는 목욕탕에 쪼그려 징징거리고
    당신을 때꼽재기 벗겨주며 박꽃이 되던
    마당에 가을볕도 한 양푼
    집집마다 공짜로 들여놓고 살았네
    나란히 살진 초승달들 헤아려 보네
    당신의 빈손으로 반죽한 것이야 아니겠지만
    하나가 일 년치라 셈해주고 싶은
    살진 초승달들을 혼자 삼키네
    당신의 하늘은 나도 없고 달도 없어
    캄캄할 것이네 남은 쑥은 함지에 웅크린 채
    바람이 차가워진다고 버석거릴 것이네
    달 없는 동네라고 저녁별들 몰려와
    품앗이로 한 줌씩 푸른 빛을 부어주고 가겠네

    바람떡(개피떡) : 콩고물에 소를 넣고 반달 모양으로 빚은 떡이다. 바람떡이라고도 부른다.

    껍질로 싸서 만드는 떡이라고 갑피병(甲皮餠), 가피떡(加皮餠)이라고 부르던 것이 개피떡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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