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명의 고을에서 먹었더라도
이 맛은 나를 알아볼 것이네
아궁이에 얼쩡거리다가 망근해진 손돌바람과
앞섶에 고여 있던 당신 탄식이 갈마들어
두고 온 냄새로 늙었을 것이네
도무지, 모른 척 할 수 없네
팥꼬투리는 인대 끊어진 당신 새끼손가락 같아서
내 투레질 소리와 함께 여물던 알갱이가
책씻이 날 달음질하듯 쏟아졌을 것이네
나는 목욕탕에 쪼그려 징징거리고
당신을 때꼽재기 벗겨주며 박꽃이 되던
마당에 가을볕도 한 양푼
집집마다 공짜로 들여놓고 살았네
나란히 살진 초승달들 헤아려 보네
당신의 빈손으로 반죽한 것이야 아니겠지만
하나가 일 년치라 셈해주고 싶은
살진 초승달들을 혼자 삼키네
당신의 하늘은 나도 없고 달도 없어
캄캄할 것이네 남은 쑥은 함지에 웅크린 채
바람이 차가워진다고 버석거릴 것이네
달 없는 동네라고 저녁별들 몰려와
품앗이로 한 줌씩 푸른 빛을 부어주고 가겠네바람떡(개피떡) : 콩고물에 소를 넣고 반달 모양으로 빚은 떡이다. 바람떡이라고도 부른다.
껍질로 싸서 만드는 떡이라고 갑피병(甲皮餠), 가피떡(加皮餠)이라고 부르던 것이 개피떡으로 바뀌었다.
'시(詩) > 전영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영관 - 야근 (0) 2018.03.21 전영관 - 지방대학 (0) 2018.03.21 전영관 - 월림부락 대밭집 (0) 2018.03.21 전영관 - 곡우(穀雨) (0) 2018.03.21 전영관 - 약속도 없이 (0) 201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