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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문을 열 줄 몰라 창으로 들어온다
열차 시간에 늦어 의자에 주저앉았다
계절이 바뀌어도 집 한 번 들리지 않는 탕아 자세로
화물열차가 제 성질에 못 이겨 지나친다
노인네들이 흘리고 간 중얼거림이 탄력 없이 늘어져
의자에서 흘러내린다
대낮인데 어쩌라고 홀딱새는 울어대는지
낮이 길어 저녁 먹고도 샛길을 한참이나 걸어야
땅거미가 강을 건너오는데 홀딱새가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운다 손님 없는 칼국숫집 여자의 귓불을 훑어댄다
강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으슥한 곳을 아는데
둘이 앉으면 오목하니 맞춤인 자리도 있는데
데리고 갈 사내가 없다
기차는 남은 봄을 태워 떠나고
역사 마당엔 이른 여름만 들끓는다
지나던 바람이 배롱나무의 가려운 허리를 긁어준다
토란밭이 있던 자리, 머위가 솜털을 고르며 땡볕을 견디던 공터는
이제 없다 방학마다 놀러 오는 서울 아이들처럼 매끈하고
그 아이들 아버지 양복만큼 반듯한 집들이 차고앉았다
햇살은 열차 시간표를 보려고 벽을 오르고
낮잠에 반쯤 젖은 적막이 다음 열차를 기다린다
기울어진 오후가 일어나려다 쓰러질 듯 창틀에 손을 얹고 숨을 고르는 동안
배롱나무 언저리를 맴돌다 시틋해진 바람이
제 재주만 믿고 철망을 통과하려다찢긴 종아리를 움켜쥐고 주저앉는다
능내역 : (陵內驛)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있던 기차역으로 2008년 12월 폐역(廢驛)되었으며, 이 역을 대신하여 운길산역이 신설되었다.
중앙선에 있던 기차역으로 팔당역과 양수역 사이에 있다. 1956년 5월 1일 무배치간이역(역무원이 없는 간이역)으로 영업을 시작하였다.
1967년 보통역으로 승격하였다가, 1993년 배치간이역(역무원이 있는 간이역)으로 격하되었고, 2001년 신호장으로 변경되었다.
2008년 12월 중앙선의 노선이 국수역까지 연장되면서 선로가 이설되어 폐역(廢驛)되었다
(사진 : 산조모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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