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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 물빛, 그것은 진실입니다시(詩)/문인수 2018. 1. 22. 00:31
물은 제 빛깔을 어디다 두는지.
물풀이며 자갈이며 고요히 노는 물고기들,
냇바닥만 새로, 아름답게 차게 비추네.물은 얼른 제 빛깔을 감추네.
저 시퍼런 바다를 한 손아귀 훔치면
과연 시퍼런가, 다만
손바닥 손금까지 다시 읽게 하네.물은 ‘사랑한다’는 말과 같아서
만상을 적셔 아연 생생하게 깨우네.만상을 맛보며 자세히 들여다보는 눈,
물은 아직 제 빛깔을 말하지 않네.하늘 아래 일망무제로 만나는 긴 수평선,
물의 영혼은 풀잎 끝에서도 맑게 내다보네. 전폭
몸을 섞는 저 장엄한
진실, 그리고 기쁨!오백 날 물이 쌓여 이룬 일획의 깊이여
물은 비로소 망망 제 빛깔을 긋네.(그림 : 김윤종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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