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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채집할 때였다.
물잠자리, 길 앞잡이가 길을 내는 것이었다.
그 길에 취해가면 오릿길 안쪽에
내 하나 고개 하나 있다.
고개 아래 뻐꾹뻐꾹 마을이 나온다.
그렇게 어느 날 장갓마을까지 간 적 있다.
장갓마을엔 큰누님이,
날 업어 키운 큰누님 시집살이하고 있었는데
삶은 강냉이랑 실컷 얻어먹고
집에 와서 으스대며 마구 자랑했다.
전화도 없던 시절,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느그 누부야 눈에 눈물 빼러 갔더냐며
어머니한테 몽당빗자루로 맞았다.
다시는 그런 길,
그리움이 내는 길 가보지 못했다.(그림 : 이혜민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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