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인수 - 고모역의 낮달시(詩)/문인수 2018. 5. 16. 20:28
고모(顧母), 고모동이라는 데가 대구의 변두리에 있다.
늙으신 어머니를 돌아본다는 사연이 젖어 있다. 생전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서는, 돌아서 가다 또 돌아보는,
이별 장면을 담은 흘러간 유행가
‘비 내리는 고모령’의 현장이다. 야트막한 고갯길이
비가 내리면 아직도 실제로 비에 젖는다. 수 십 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고모동 일대는
훼손되지 않은 산과 들, 금호강 강굽이가
대구의 동쪽 관문을, 인터불고호텔 같은 건물들을 그럴듯하게 꾸며 주는 유일한 배경이다. 정작
문짝 하나 새로 달 수 없는 고모동엔 무엇보다
초라한 고모역이 있다. 하지만
돌아오는 이 없는 도시 속의 오지다. 바쁘게 살아온
그대 변두리의 쓸쓸한 취락, 허공의 폐역. 어머니를 돌아보라,
헌 집에 홀로 사시다 저 낮달이 된 지 오래다.
고모역(顧母驛) : 대구광역시 수성구 고모로 208
경부선에 있는 기차역으로 동대구역과 가천역 사이에 있다. 1925년 11월 1일 영업을 시작하였다.
2004년 여객 취급을 중단하고 2006년 화물취급을 중단하였다.
'시(詩) > 문인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인수 -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 (0) 2021.06.14 문인수 - 눈물 (0) 2021.03.19 문인수 - 물빛, 그것은 진실입니다 (0) 2018.01.22 문인수 - 청라의 길 (0) 2017.03.15 문인수 - 매화 (0) 2017.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