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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처마 낮은 대폿집에 들고 싶다.따순, 분통 같은 방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지분냄새 자욱하여 불콰히 취기가 오른다면
육자배기로, 흘러간 유행가로 질펀 흘러갔으면 좋겠다.
젓가락 장단으로 아, 뚝 뚝 꺾어낸 억수장대비의 북채 로
동백 동백 같은, 늙은 작부의 상처 또한 붉게 씹으리.
다시 한 사발, 여자의 과거사를 가득 부어 마시면
지리산, 악산 산 거칠수록 더 여러 굽이 굽이굽이 풀려서
그러나 물이 불어 시퍼렇게 자꾸 깊어가는 섬진강.
저 긴 긴 목울대 치받치며 끄윽 끅 꺾이며 흘러가는 거
보라, 역린(逆鱗) 떨며 떨리며 대숲은 섧고
또 섧다 난분분난분분 매화 뿌린다.(그림 : 송필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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