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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인수 - 2월
    시(詩)/문인수 2017. 1. 10. 12:29

     

     

    그대 생각의 푸른 도화연필 같은 저녁이여,

    시린 바람의 억새 사이사이가

    자디잘게 자디잘게 풀린다

     

    나무와 나무 사이

    나무와 억새와 바위 사이가 또한 거뭇거뭇

    소문처럼 번져 잘 풀리면서

     

    산에 있는 것들 모두

    저 뭇 산의 윤곽 속으로 흘러들었나,

    불쑥불쑥 지금 가장 확실히 일어서는 검은 산 아래

    저 들판 두루 사소한 것들의 제방 안쪽도 차츰 호수 같다

     

    다른 기억은 잘 보이지 않는 저녁이여

    세상은 이제 어디라 할 것 없이 부드러운 경사를 이루고

    그립다, 그립다, 눈머는구나

    저렇듯 격의없이 끌어다 덮는 저녁이여

     

    산과 산 사이, 산과 마을 들판 사이

    아, 천지간

    말이 없었다 그대여

    마음이 풀리니 다만 몸이 섞일 뿐인 저녁이여

    (그림 : 김성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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