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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인수 - 땅끝
    시(詩)/문인수 2016. 9. 8. 00:56

     

     

     

    끝났다. 모든 길은 또 이렇게 시작되었다.

    땅끝마을 땅끝에다가 슬쩍

    발끝을 갖다 대보고는 씁쓸히 웃는다.

     

    가파른 언덕 아래

    밤바다 파도 소리가 폭풍을 안고 거칠다. 지느러미,

    부레가 없는 지난날의 절망 따위여

    포말, 포말,

    캄캄하게 에워싸며 파랑치던 야유를 기억한다.

     

    다시 출발하자고 막 돌아섰으나

    질풍노도라는 말, 혹은 말,

    저놈의 갈기를 잡고 올라타 본 적 없다.

    나는 한 번도 부려먹어 보지 못한 세월,

    세월이 끝내 준 것이라고는 도대체 청춘뿐이다.

     

    지금은 늙어 아무것도 자멸하지 않고

    땅끝마을 왔다가 돌아가는 초행길이지만

    땅끝과 발끝,

    말단끼리는 서로 참 돈독한 데가 있구나

    소싯적부터 오래 잘 알고 지낸 사이 같다.

    (그림 : 김명효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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