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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인수 - 동행
    시(詩)/문인수 2016. 7. 25. 11:19

     

     

     

    그의 지친 모습은 처음 본다.

    챙 아래 가린 것처럼 어두운 저 이마가 원천일까.

    자꾸 배어나와 번지는 어떤 그늘이

    젊은 이목구비와 체격까지 모두 소리 없이 감싸고 있다.

    얼굴에, 어깻죽지에 발린 그의 마음인

    그 표정이 지금은 잠시도 그를 떠나지 않을 것 같다.

     

    그래, 불한당 같은 망발의 빡빡한 일정 탓으로 목 위 머리가 너무 무거운 것 같다.

    그는 무리해서 일부러 내게 들렀다.

    배려에 대해 나는 코미디든 개그든 이 가을 채소처럼 한 광주리 너풀너풀 담아 안겨주고 싶지만

    시간이 이십여 분밖에 없어 내 쪽에서 그만 어둑어둑 물들고 만다.

     

    그는 막차로 떠났다.

    밤 열시 사십분 발, 버스에 오를 때 좌석에 앉을 때 내게 손 흔들어줄 때

    그를 밀어 주는, 내려놓는, 한번 웃는 등

    미색 롱코트를 걸친 저 기미가 얼른얼른 그를 추스르는 것 본다.

     

    버스가 출발하고... 보이지 않는다.

    육신도 정신도 아니고 이건 또 어디가 부실해지는 것인지

    사람하고 헤어지는 일이 갈수록 힘겨워진다. 자꾸, 못 헤어진다.

    나는, 용기를 낸 긴 팔처럼 그에게 전화를 한다. 잘 가라고 아예, 푹 자면서 가라고

    안전벨트를 매라고 아니, 깊이 기대앉으라고 말해준다.

    (그림 : 우창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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