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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 어머니의 마늘밭시(詩)/시(詩) 2017. 12. 26. 12:19
새벽이 일찍 왔다
아직 몇 이랑은 남은 아침
군데군데 박힌 어둠 걷어내며
어머니 마늘밭을 매신다
때 이른 눈발 속에
마늘쪽과 함께 묻었던 날들
근처에 돋아난 잡풀이며 근심이
호미 끝에 걸리고 거기
뒤숭숭했던 간밤의 꿈자리도
뽑아내면서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는 자식들의 세간을
간추려 북을 돋우신다
고될수록 한 걸음 더 다가앉는
어머니의 호미질을 보는 나는
세상 넓은 마늘밭에서 땅속으로
여무는 무엇이라도 가지고 있는지
호미 끝을 열고 들어가면
마늘밭을 매는 일이 또한
세상 한 구석을 밝히는 일인데
어느새 마지막 이랑에 앉으신
어머니의 호미 끝에서는
잎에 불을 켠 마늘 줄기들
환하게 일어선다.
(그림 : 김태영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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