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이 되면 가슴속에서 왕겨 부비는 소리가 난다
빈집에 오래 갇혀 있던 맷돌이 눈을 뜬다 외출하고 싶은 기미를 들킨다먼 하늘에서 흰 귀때기들이 소의 눈망울을 핥듯 서나서나 내려온다
지팡이도 없이 12월의 나무들은 마을 옆에 지팡이처럼 서 있다가난한 새들은 너무 높이 솟았다가 그대로 꽝꽝 얼어붙어 퍼런 별이 된다
12월이 되면 가슴속에서 왕겨 타는 소리가 나고
누구에게나 오래된 슬픔의 빈 솥 하나 있음을 안다서나서나(부사) : 시나브로(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의 전라도 말
(그림 : 백중기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은형 - 물외라는 말 (0) 2017.12.26 이진수 - 어머니의 마늘밭 (0) 2017.12.26 홍경나 - 멸치국시 (0) 2017.12.25 김하인 - 크리스마스에게 띄운 편지 (0) 2017.12.25 이혜화 - 자갈치 시장 (0) 2017.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