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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화 - 자갈치 시장시(詩)/시(詩) 2017. 12. 21. 23:06
자갈치 시장은 진창에서 노는 질퍽한 삶을 먹고요
꼼지락 꼼장어를 먹고요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삶이 꿈틀대는 우럭의 몸통을 먹고요
몸보시로 머리통만 남아도 눈웃음치는 돼지머리를 먹고요
고래고기 질긴 심줄도 먹고요
안락동 아지매 청춘을 먹고요
하늘가는 길을 안내하며 살겠다고 기어서 기어서
노래를 밀고 다니는 저 살겠다고를 먹고요
먹어도 배고픈 탁한 바닷물
자갈치는 횟집의 육자배기를 먹고요
지저분해서 너무 아름다운 자갈치는 부산스러워
부산은 자갈치 시장을 먹고살지요
(그림 : 설종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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