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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구하 - 너도바람꽃시(詩)/시(詩) 2017. 12. 20. 10:09
겨우내 잠복해 있다가 불쑥
꽃대궁 밀어 올리는 건
땅속 어둠 때문만은 아니리
은밀히 점령한 추운 기억들
그만 버리고 싶은 것
이렇게 먼 길 걸어오기까지
부은 발 따뜻이 씻어주지 못하리
자꾸만 욱신거리는 몸
결국은 스스로 제 살 찢고
신음소리 내는 것이리
전 생애를 다 바쳐
꽃숭어리 하나 펼쳐 보이는 길
얼마나 처절했기에
저리 환하게 맺혔단 말인가
세상살이 자주 꺾이던
바람은 연둣빛이었으리
무너지는 담장에 기댄
붉은 종양덩어리
너 사는 날까지만 살으리
(그림 : 한순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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