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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경 - 애인 팝니다시(詩)/시(詩) 2017. 12. 20. 10:27
애인이 뿔났어요
아무리 달래고 얼러도 듣지 않아요
저의 인내도 한계에 왔어요
갖은 아양과 프로포즈에도 묵묵부답,
정말 못 참겠어요
프로그램을 닫으래요 이제까지의 일 다 무효라는 거죠
취소 취소 이를 앙물고 소리치면
“복구 되었습니다.” 능청을 떨면서
휘리릭 어디론가 꼬리를 감춰버려요
작동을 중지한다고 오류가 발생했다고 룰루랄라 메시지를 날려요
저를 한없이 물 먹이고 야유하는 거지요
그래도 다시 한 번
제발~ 제발~ 두 손을 모아
가슴의 정중앙을 두드리면
기도발이 먹혔는지 어쩌다 한 번
웃어주기도 해요
처음엔 당연히 아니었죠
저에게 와 달라고 실쭉샐죽 윙크를 하면서
제 말이라면 꿈뻑 죽을 듯
밤낮없이 저의 손을 놓지 않았죠
사랑의 유효기간이 여기까진가 봐요
이별이 한 두 번입니까? 더럽고 치사해서
발길로 확 차야겠어요
고물 줍는 아저씨에게 주어버려야 겠어요
제 애인 가져가세요
(그림 : 조몽룡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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