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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 - 소와 나시(詩)/김상미 2017. 11. 25. 19:32
시골 길에서 문득 마주친 소
흙 색깔의 따뜻한 짐승
철썩 꼬리를 치며 정다운 숨결 내뿜는다
만지고 싶고 기대고 싶고 웃어주고 싶은데
왠지 무섭다
어릴 땐 저 소의 젖을 먹으며
소와 함께 하나의 자연이 되어
밭도 갈고 물도 마시고 등 위에 올라타면서
빛나는 별, 미래도 속삭였는데
소와 떨어져 산지 몇 십 년
나는 고독한 아스팔트, 매끄러운 도시인이 되고
소는 잊혀진 첫사랑보다 더 슬프게 멀어져
끔벅끔벅 낯선 이를 보듯
그 큰 눈을 딴 데로 돌리네
한 나라 안에 살면서도
시골과 도시는 이처럼 먼 이국이 되어버렸네
(그림 : 장정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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