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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 - 아직도 너는시(詩)/김상미 2017. 10. 19. 11:00
아직도 너는
천년 전에 탄 그 기차에서 내리지 않았니?
너무나 길어 끝이 보이지 않는 그 기차에서?
청춘의 뜨거운 바람은 지나가고
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는 숙명적인 질문과 함께 시작되는
13권, 17권으로 된 대하소설책은 이미 끝났는데
덧없이 내리는 비와 눈 바라보며
어디까지 가나요?
가슴에 아직도 아침 햇살이 묻어 있군요
속삭여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니?
한번 지나가면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기차역마다
희미한 네 정열의 아픈 갈증 걸어두고
온몸 온 마음으로 깨물었던 남쪽 바람의 향기
스산한 한잔의 심연에 타 마시고 있니?
끝없이 달리는 기차 바퀴 밑으로 깔리는 세월의 한숨 소리에
전신으로 울고 전신으로 웃으며?
버리고 또 버려도 인간이란 이름으로 다시 너를 버리는
인생이란 그 긴 기차에서 아직도 너는?
(그림 : 박태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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