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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 - 휘파람새시(詩)/김상미 2019. 9. 6. 11:28
내가 사랑에 대해 말할 때
그 간절한 목소리처럼
사랑이 내게 찾아왔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
사랑은 사랑만으로 존재할 때
보기가 더 좋았다
나는 그 사랑을 내가 아는 사람들과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로 보냈다
그 사랑이 그들과 함께 있는 모습은
더더 보기가 좋았다
내 사랑의 의자는 늘 비어 있지만
내 사랑의 역사는 늘 앞뒤로 왔다 갔다 하지만
이제는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이
얼음같이 차가운 내 잠옷을 더 많이 녹여 준다는 걸 알기에
나는 내 정원에 쓰러진 나무 등걸에 앉아서도
기타 줄을 뜯고
놀라운 비밀을 틀어놓는 사람처럼
이제 곧 다가올 봄을 기다린다
만약 운명이 있다면
오랫동안 사랑한 그 한 사람이
꽁꽁 언 언덕길을 내려올 때
흘러간 내 사랑의 머리 위로
휘파람새 한 마리 힘차게 날아올랐으면!
(그림 : 김영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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