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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이 어떠냐고요?
그걸 알아내려면 힘이 들 거예요
제 사생활은 무수한 인용구로 뒤덮여 있으니까요
사생활이 복잡할 것 같아 흥분이 된다고요?
아, 그러지 말아요
당신들이 보고 느끼는 것
그 위에 약간의 연막을 쳐놓았을 뿐이니까요
구별하고 상상하는 건 당신들의 자유겠지만
그러나 아무리 굴절시켜봐도
제 사생활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개방되어 있는
세계지도 같을 걸요
욕망, 슬픔, 권태, 두려움에게까지도
전 아주 정신집중을 잘 하거든요
그러니 개방적일 수밖에 없쟎아요
저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거기에> 있다는 것
그걸 제외하고 나면
우리들 사생활이라는 게
뭐 별다른 게 있을라고요
생에 대한 확실한 알리바이
그게 무엇이든
그곳에서 청아하게 살아가고 싶은,
그게 제 사생활의 전부예요
당신들은 그렇지 않은가요?(그림 : 이선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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