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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꼭 한 마디만, 알아듣지 못할 것 뻔히 알면서도,
눈에 어려 노란 꽃, 외로워서 노란 꽃, 너에게 꼭 한 마디
만, 북한산도 북악산도 인왕산도 아닌, 골목길 처마 밑에
저 혼자 피어 있는 꽃, 다음날 그 다음날 찾아가 보면, 어
느 새 제 몸 다 태워 가벼운 흰 재로 날아다니는, 너에게
꼭 한 마디만, 나도 그렇게 일생에 꼭 한 번 재 같은 사랑
을, 문법도 부호도 필요 없는, 세상이 잊은 듯한 사랑을,
태우다 태우다 하얀 재 되어 오래된 첨탑이나 고요한 새
잔등에 내려앉고 싶어, 온몸 슬픔으로 가득 차 지상에 머
물기 힘들 때, 그렇게 천의 밤과 천의 낮 말없이 깨우며
피어나 말없이 지는, 예쁜 노란 별, 어느 날 문득 내가 잃
어버린 그리움의 꿀맛 같은, 너에게 꼭 한 마디만,(그림 : 김영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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