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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 - 청진동 해장국집 골목시(詩)/김상미 2019. 10. 1. 12:23
한밤중에도 대낮처럼 환한
청진동 해장국집 골목
두툼한 월급봉투 앞에 제물로 바친 자신의 꿈 때문에
자꾸만 머리가 벗겨지는 사람들 삼삼오오 마주앉아
캄캄한 저녁 내내, 너는 아니? 너는 아니?
내가 내 꿈에게 무슨 짓 했는지를?
애꿎은 술잔만 내리꽂다
결국 국밥 한 그릇보다 나을 게 없는 어제의 자신
선지국밥에 훌훌 말아먹고 나오는
청진동 해장국집 골목
대낮 벤치 같은 그 곳에 앉아
술잔 깊이로, 깊이로 가라앉혀 떠오르지 않는다는
그들의 꿈, 사랑, 자유를 소리쳐 불러본다
불러도, 불러도 돌아오는 건
말줄임표같이 계속되는 세월의 메아리
제 꿈 제가 훔친 줄도 모르고
인생이 어쩌고저쩌고 끝없이 쫑알대며
눈물처럼 전율하는 자기애,
자신 향해 불지르는 자신뿐이지만
내 꿈 내가 뒤돌아보지 않으면
누가 이 무례한 세상 관념에서
단 하나 남은 술잔의 생기 지켜주겠는가?
누가 세상이 빼앗아간 꿈의 갈비뼈
영혼으로 되울려주겠는가?
결국은 자신만, 자신밖에는 서러워할 게 없어
열렬히 사랑해주다 비틀비틀 걸어나오는
전망 없는 세대, 전망 없는 꿈 사냥꾼들의 서식처
청진동 해장국집 골목(그림 : 허영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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