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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 꽃 이름을 물었네시(詩)/길상호 2017. 9. 4. 18:49
이건 무슨꽃이야?
꽃 이름을 물으면
엄마는 내 손바닥에 구멍을 파고
꽃씨를 하나씩 묻어 주었네
봄맞이꽃, 달개비, 고마리, 각시붓꽃, 쑥부쟁이
그러나 계절이 몇 번씩 지나고 나도
손에서 꽃 한 송이 피지 않았네
지문을 다 갈아엎고 싶던 어느 날
누군가 내게 다시 꽃 이름을 물어오네
그제야 다 시든 꽃
한 번도 묻지 않았던 그 이름이 궁금했네
엄마는 무슨 꽃이야?
그녀는 젖은 눈동자 하나를 또
나의 손에 꼭 쥐어주었네
(그림 : 송태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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