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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 숨비 소리시(詩)/길상호 2017. 1. 7. 16:53
파고 높은 시간들이 지나간다
물결 사이를 헤매고 다니다가
수면으로 올라온 우리는 어느새
고래처럼 우는 법을 배웠다
깊고 어두운 바닥에서 주워 올린 건
딱딱한 껍데기를 갖고 있는 미소
그리고 헤초처럼 뿌리가 얕은 흐느낌
해류에 떠밀려 흘러가버린 약속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난류와 한류의 감정이 교차하는 이곳
끝날 것 같지 않은 자맥질을 한다
아가미도 없이 헤엄치려면
고래를 따라 다시 진화해야만 했다
참고 참았다 한꺼번에 분기하는 숨
이것은 바다가 일러준 생존법
오늘도 나는 맨살에 물옷을 껴입고
출렁이는 바다로 잠수한다
숨비소리 : 해녀가 잠수 후 수면에서 고단 숨을 휘파람처럼 쉬는 행동
(그림 : 김종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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