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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 비의 손가락시(詩)/길상호 2016. 5. 14. 10:34
있잖아, 비만 오면 전화를 하게돼,
아무일 없던 것 처럼 사람들 무리에 스며들고 싶은데,
그게 있잖아, 땅속 안부를 타전하는 비의 투명한 손가락처럼,
먹구름 박박 다 지워질 때까지 추락하고 싶은,
그럴때 있잖아, 네 어둠끝에 닿고 싶었어,
미안해, 아스팔트에 터져 버리는 비의 손가락,
나를 쓰다듬던 그 촉촉한,
그래 맞아, 네 손가락이 누르던 통증 마다 새싹 돋아나던,
그런때도 있었어, 비의 전화에 맨발로 뛰어 나가던,
그래, 너무 건조한 이야긴 줄 알아, 맑은날 만 꿈꾸던 내가 그렇지,
오늘은, 지문에 남아있던 너의 파장도 지워버렸어,
그래도, 자꾸 비를 따라 버튼을 누르게돼,
뚜뚜뚜뚜, 끊지말란말이야,
아직 비는 내리는데, 너의 안부를 타전하는데……
(그림 : 한천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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