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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가난한 나는
빗방울에도 텅텅텅 속을 들키고 마는 나는
뭐라도 하나 얻어 보려고
계절이 자주 오가는 길목에 앉아
기워 만든 넝마를 뒤집어쓰고 앉아
부끄러운 손 벌리고 있던 것인데
깜빡 잠이 든 사이아무 기척도 없이 다가와 너는
깡통 가득 동그란 꽃잎을 던져 넣고 갔더라
보지도 못한 얼굴이 자꾸 떠올라
심장이 탕탕탕 망치질하는 봄깡통처럼
찌그러든 얼굴을 펼 수 없는 봄
(그림 : 신종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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