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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덕 - 가짜 버스 정류장시(詩)/마경덕 2017. 8. 7. 20:07
독일 치매 요양원 앞
가짜 버스 정류장
몸에 밴 그리움이 무작정 노인을 끌고 오면
벤치는 가출한 노인을
말없이
하염없이
무릎에 받아 앉힌다
돌아갈 곳도
왜 이곳에 앉아있는지도
잊어버릴 때쯤
누군가 다가와
커피 한 잔 하실까요?
친절한 한마디가 눈물을 닦아주면
벤치는 얼른 노인을 일으켜
요양원으로 돌려보낸다
생의 마지막 정류장
오늘도 막막한 기다림을
나무벤치가 다 받아준다
(그림 : 허경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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