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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경덕 - 깡통들
    시(詩)/마경덕 2017. 5. 31. 11:18

     

    이팝꽃 피는 봄날, 꽃들의 웃음이 왁자하다

    웃음에 김이 빠지기 전

    꽃의 친구들 부지런히 셔터를 누른다

     

    웨딩 카 꽁무니에 매달려 출발을 서두르는 끈에 묶인 저것들

    자의든, 타의든 이미 엎질러졌다

    누군가 뚜껑을 따버려 텅 빈 껍데기들

    무를 수 없어, 보란 듯 화려하다

    붉고 푸른 콜라 사이다 깡통들 색깔만은 청사초롱이다

     

    하나뿐인 숨구멍으로 심호흡을 하기도 전 양가의 인연에 묶여 끌려간다

    울컥, 거품을 쏟듯 소리를 내지르며

     

    세상에 첫발을 딛는 일이 이토록 숨이 찰까

    요란한 오색풍선

    보닛을 덮는 과장된 리본과 하트, 사랑은 중매쟁이 입담처럼 부풀려야 한다

     

    깡통의 절친들 들러리로 불려와

    액(厄)은 저만치 물러가라 깡깡 외치고

     

    제풀에 찌그러지는 깡통들

    돌부리에 차여도 한 몸이니 끝까지 가보자고, 제발 가야한다고

     

    오늘만은 신혼이니

    웃어라 웃어라

    유쾌한 깡통소리, 이팝나무 허리까지 튀어오른다

    (그림 : 김명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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