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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 바람 부는 날시(詩)/신경림 2017. 1. 22. 16:56
산동네에 부는 바람에서는
멸치 국물 냄새가 난다
광산촌 외진 정거장 가까운 대폿집
손 없는 술청
연탄난로 위에 끓어넘는
틀국수 냄새가 난다
산동네에 부는 바람에서는
기차바퀴 소리가 들린다
갯비린대 싣고 소금밭을 지나는
주을이라 군자의 협궤차 소리가 들린다
황석어젓 이고 새벽장 보러 가는
아낙네들의 복도 사투리가 들린다
산동네에 부는 바람에서는
갈대밭이 보인다
암컷 수컷 어우러져 갈램질하는
개개비가 보이고 물총새가 보인다
강가 깊드리에서 나래질하는
옛날의 내 동무들이 보인다
바람 부는 날이면 그래서
산동네 사람들은 꿈을 꾼다
버들고리에 체나 한 짐씩 덩그러니 지고
그 옛날의 무자리되어 길 떠나는 꿈을
가세가세 흥얼대며 길 떠나는 꿈을
(그림 : 황재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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