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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 산동네 덕담시(詩)/신경림 2017. 1. 22. 16:59
산동네 새댁은 웃음이 헤퍼서
건어물 장수 차만 들어와도
빨간 맨발에 끌신을 끌고 나가
이것저것 집어보고 맛도 보고
농짓거리도 주고 받으며 시시덕대지만.산동네 새댁은 눈물도 흔해서
한고향 어리굴젓 장수 아줌마한테
어리굴젓 한탕끼 들여놓고
거치른 손이 꼭 친정엄마 같대서
한숨도 내쉬고 찔끔대기도 하지만.
산동네 새댁은 억척도스러워
취해 돌아온 닦이장이 사내
밤새 닥달해서 동네 아낙네들
구멍가게 앞에 몰려서게도 하지만.
그 웃음이 그 눈물이
서러운 달빛 되어 달콤한 안개 되어
자욱하게 산동네를 덮고 있음을,
그 억척 채찍 되고 불길이 되어
사람들 한밤중에도 깨어
눈 부릅뜨게 함을 누가 모르겠는가.(그림 : 김정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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