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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 서해바다시(詩)/신경림 2016. 8. 26. 11:06
- 영흥도에서
도샛바람에서는 갯비린내나
짠 소금내보다도
땀에 쩔은 살갗, 때묻은 세간살이 냄새가 더 진하다
파도소리, 뱃고동소리보다도
엉머구리 끊듯 사람들 뒤엉켜
아귀다툼하는 소리가 더 높다.
그래서 물이 썰려나간 개펄에는 늘
바지락이나 굴이나 조개보다도
사람이 사는 이야기들이 더 많이
앙금이 되어 가라앉아 있다.
이제 알겠구나, 장바닥을
버려진 신짝으로 채이며
뒹굴며 살아온 사람만이
서해바다를 찾는 그 까닭을.
(그림 : 이기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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