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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 - 붉은 겨울시(詩)/김수우 2016. 12. 7. 13:13
거대한 등들이 너울거립니다
포장마차 붉은 천막
국물과 소주잔을 놓고 앉은 영혼이 풀럭댑니다
자정 넘도록
혼불처럼 울렁이는 깊은 산마루들
오래된 사랑은 늘어난 빚돈만큼 아득하고
처음 꾸는 꿈은 수취인 불명만큼 서러워
문득문득 오래된 것들이 처음처럼 돌아오는 바람 속
거대한 등을 가진, 꽃잎만 한 아비들
하늘 끝에서도 잘 보이는 홍등입니다
먼 데서 바라볼수록 살아, 깜박이는 한 송이 산나리
아침이면
우주를 전파상처럼 운영하기 위해 온몸으로 울어야 할
유난히 붉은, 주전자 같은 등들이 너울거립니다
(그림 : 양경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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