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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 - 수련 지는 법시(詩)/김수우 2016. 5. 1. 17:05
단골찻집 주인이 바뀌었더군
꽃핀다고 들르고 꽃진다고 들렀더니
잊힐 뻔 잊힐 뻔한 안부마다 싱거운 눈웃음, 한톨 씨앗이더니
그 고운 씨앗 받아 다른 이와 나누기도 했더니
어느 결에 헤어지고 만 게야, 마음 비운 사이
수련 지는 법을 들었네
철없이 몇날 꽃비 뿌리거나 제 열정에 겨워 몸던지는 게 꽃지는 방식이거늘
수련은 잠잠히 물 속으로 돌아가지 소금쟁이가 딛은 고요를 돌아보는 어느 결에
송이째 물에 잠긴다네, 마음 비운 사이
고운 사람 내게 수련처럼 졌으니 나도 그에게 한 꽃자리일까
고운 사람 누구에겐가 수련으로 피어날 테니
물속줄기, 더 푸른 바람을 풀어내리라
물그림자 흔들릴 때마다 어느 결에 내 옷자락도 젖을 테지, 그, 마음 비운 사이
(그림 : 이명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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