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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 - 파도의 방시(詩)/김수우 2016. 5. 1. 14:51
머리맡에 선고처럼 붙어 있는 사진
엄마와 동생들, 내가 유채꽃밭에서 웃고 있었다그 웃음 속에서 아버진 삶을 집행했다
깊이 내리고 오래 끌고 높이 추어올리던 그물과 그물들,
종이배를 잘 접던 일곱 살 눈에도 따개비지붕 단칸방보다 벼랑지던 방평생이었다 고깃길 따라 삐걱대던,
비린내와 기름내 질척한 유한의 방에서 아버진 무한의 방이 되었다
여섯 식구 하루에 수십 번씩 열고 닫는기관실 복도 끝에 있던 그 바다의 방을 육지에 닿은
십 년내 지고 왔는지 스무 명 대가족사진 속
소복소복 핀 미소에서 어둑한 방 하나 흔들린다칠순 아버지의 굽고 녹슨 방,
쓸고 닦고 꽃병을 놓아도 아직 비리다 아무리 행복한 사진을 걸어도
생이 얼마나 비리고 기름내 나는 방인지 겨우 눈치챈다방이 되어버린 아버지를 연다
집행된 파도들이 환하다(그림 : 이시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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