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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 - 느그 집 어데고시(詩)/김수우 2016. 5. 1. 14:48
네 살 때 길을 잃었다
산동네 어귀에서 왕왕 울던 생의 첫 기억와 여서 울고 있노, 야야, 느그 집 어데고
마고할미 같은 점방집 할매가 나를 데려갔다
막 태어난 듯 울 줄밖에 모르는 입에 물려주던 유리단지 속 왕사탕 하나,
볼이 불거지면서 눈물은 솜깃으로 나불거렸다
콧물 훔치며 열중하던 단맛, 거기서 수평선이 보였다
첫 바다였다 반짝이는 지느러미를 가진 그 푸른 길을 한참 빨았다
물렁물렁해진 불안과 무섬 사이로 언뜻언뜻 청어처럼 파딱이던 낡은 문고리 하나,
길을 잃을 수도 있다 길은, 없어질, 수, 있는, 것이다
막차를 놓칠 적마다 달디단 바다를 밟고 섰는 나를 본다
푸른 대문이 안보일 적마다 두룽치마 입은 마고할미를 기다리는 나를 본다야야, 와 여서 우노, 어데 갈라 하노
(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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