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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 - 미나리, 걸어가다시(詩)/김수우 2016. 5. 1. 14:50
유리창 같은 이 향기면 한철 눈부실까
봄미나리를 산다
옆수레 돼지껍질볶음에 엉긴 도마질도 두 주걱 산다
봄미나리 돼지껍데기 마른 팔뚝,
다른 시간을 견딘 것끼리 붙들고 돌아가는 길
뚝새풀 무한소수로 피어난다이끼 낀 고요를 개어놓고
모지라진 햇볕을 깔고 앉아 돼지껍데기를 씹는다
입안에서 울퉁불퉁 불거지는 몸뚱이,
오후에 확인한 통장 마이너스는 혁명처럼 시시해진다
그저 삶이 송구하다누군가에게 양식이 되는 껍데기쯤 내게도 있을까
맨발로 그린 대동여지도 속은 바람이다 미나리밭 펄럭인다내일이면 마이너스통장도 혁명도 다시금 중요하겠지
삶이 별로 송구하지 않겠지
늙은 가죽구두에 담긴 늙은 가죽구두보다 질긴
봄, 미나리, 봄, 미나리봄, 미나리봄,
속줄기에서 기침처럼 새파랗게 쏟아지는 구령
슬픈 행진,(그림 : 박지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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