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우 - 송도 아랫길시(詩)/김수우 2016. 5. 1. 14:54
꽃집과 전봇대와 은행나무가 비립니다
세탁소 한일반점 우체통, 천원어치 찐빵과 웃음과 약속에도 더께앉은,
낮달도 울컥 토해내는 비린내손등에 비늘이 돋습니다
뒤뚝한 물살이 밀고오는 수심층으로 가라앉습니다 생의 톱날이 깊습니다
한 마리 정어리로 오르는 슬픈 물벼랑
우주의 끝을 딛고 발목 저린데바닷새, 하얗게, 저만치, 지루합니다
선창을 돌고돌아 아랫길이 된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딸의 딸의 딸
굴절됩니다, 햇살은 공동어시장에서 수천 번 꺾이고
살아 흘러가는 길, 그 굴절의 우듬지마다 겨울눈 반짝여멸치떼로 굽이치는 무릎들을 사랑하고 맙니다
억년 허공을 비우는 눈시울에 푸득, 무게를 싣는
영혼, 비릿한(그림 : 정인성 화백)
'시(詩) > 김수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수우 - 수련 지는 법 (0) 2016.05.01 김수우 - 엄마와 북어 (0) 2016.05.01 김수우 - 파도의 방 (0) 2016.05.01 김수우 - 미나리, 걸어가다 (0) 2016.05.01 김수우 - 느그 집 어데고 (0) 201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