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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 - 엄마와 북어시(詩)/김수우 2016. 5. 1. 14:58
세수대야에 푸른 실타래와 엄마를 담고
북두칠성을 딛는 북어의 뒷모습은 희었다하루치 양식처럼 꾸던 짧은 새벽꿈은
발꿈치에 끌리다가 용왕님 귀밑에서 눈을 부볐다손수레이삿짐을 끌고 골목길 비집던 엄마,
남편 원양어선 타고나간 날 참빗질로 네 남매의 머릿니를 열심히 잡던,
양동이 이고 목청 세우던, 망치질 잘 하는 그악스러운 엄마를
안고 북어는 새벽마다 바다로 갔다겨울바다를 한 대접 정화수로 길어올리던 손,
그 가슴지느러미 끝에서 엄마의 용왕들은 동백처럼 붉었던가
남편은 뭍으로 돌아와 무사히 늙고
아들은 새 집을 사고 딸은 서정시를 쓴다는데
이제 몸에서 먼 북소리가 나는 북어뿔처럼 딱딱해진 눈물샘으로 젖멍울로
세상의 신(神)들을 안고가는 저문 하늘을 밀고가는심해,
내가 길어야 할 깊은 미래(그림 : 손호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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