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는 평생 원양어선을 탔다
어머닌 새벽마다 늙은 북어를 끼고 용왕을 섬기러 나갔다
큰아버지도 허리병으로 눕기까지 그물을 끌었다
바다에 매달린 산동네
둘째 삼촌은 뱃머리의 녹을 벗기는 선박공장 노동자였다
셋째 넷째 삼촌 작업복에서도 늘 비린내와 쇳내가 났다
술렁술렁 가풀막을 오르던 파도
큰고모는 산복도로 끝에 있는 파란대문이 높다고 불평했다
막내고모는 그물공장에 다니며 뾰족구두를 샀다
골목우물은 검고 깊었다
동생은 도르래로 물날개를 건지며 놀았고
일곱 살 나는 그 우물가에서 설거지를 배웠다
모든 눈빛을 낳고 사랑한,
헐렁한 바다만 껴입고 있던 할머닌
종종 후줄근한 파도에 풀을 먹여 팽팽하게 빨랫줄에 걸었다
봉래동,
신선동,
청학동,
영선동瀛仙洞
동네 이름 때문인지 너도나도 천천히 신선이 되어갔다
온몸땡이 굴딱지인 신선들은 오늘도 굴딱지발톱을 깎고
오래 전 영도에서 이사한 나는
신선이 못되고 시인이 되었다(그림 : 설종보 화백)
'시(詩) > 김수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수우 - 붉은 겨울 (0) 2016.12.07 김수우 - 천수천안 (0) 2016.06.14 김수우 - 수련 지는 법 (0) 2016.05.01 김수우 - 엄마와 북어 (0) 2016.05.01 김수우 - 송도 아랫길 (0) 201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