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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 - 천수천안시(詩)/김수우 2016. 6. 14. 12:11
공사장 뒷길 밥집 시멘트 담에
주욱 널린 면장갑
목련처럼 부풀며 봄 햇살을 매듭짓는다
거기, 까만 눈동자들 총총 고요로 돋아난다
손바닥마다 박힌 눈들, 깊다
쌀값, 병원비, 이잣돈
밤새 쇠기침에 시달리던 눈들,눈들
새벽일 나온 애비 에미들의
필사적인 눈들, 눈들
태풍처럼 부릅떠도 흰밥처럼 착하기만 한 관음의 눈들
그래도 그러지 마라
국밥이라도 말아먹고 가라
소주 한 잔 적시고 가라
살아 있는 동안은 무조건 고마운 기라
간섭하는 손들, 손들
슬픔의 늑골 사이로 천천히 발효되는 산제사
쪽문 함바집
한 채 천수천안 관음보살이다
(그림 : 이사범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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